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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인터뷰] - 항공우주공학자 황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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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인터뷰

직업·진로 직업정보 직업인 인터뷰 인쇄  '직업인 인터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널리 이름을 알린 직업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들의 일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꿈을 찾고 미래를 계획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워크넷이 만난 사람들 - 항공우주공학자 황도순

하늘로 쏘아올린 인공위성의 꿈 

항공우주공학자 황도순


위성 방송, 국제전화, 인터넷, 자동차 내비게이션, 실시간 날씨예보 등 21세기의 우리는 과거에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혜택을 누리며, 편리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고 있다.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 인공위성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인공위성 분야에 뒤늦게 발을 디뎠지만 현재 세계적인 수준의 설계·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위성의 산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많은 연구진들을 이끌어온 황도순 박사가 우주로 향한 치열한 꿈을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실용급 인공위성인 아리랑 1호부터 5호까지 인공위성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을 주도해온 황도순 박사. 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인공위성에 대한 강연과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그는 교과서에서 본 삽화 한 편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았다. “바닷가에 있는 공장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장면이 제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아! 우리나라를 위해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라는 인상을 받았고 나도 커서 사람들을 위해 유익한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죠.”

이런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 그는 자연스레 공학도가 되었다. 당시 첨단산업인 항공분야를 전공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별들을 보고 가져왔던 하늘에 대한 동경이었다. 하지만 황박사가 대학에 갈 때만 해도 우주개발이나 인공위성이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 국내에 우주공학과 자체가 없었다. 인공위성을 만들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비행기를 공부하는 항공공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졸업 후 삼성에서 항공기 엔진분야에 관한 일을 하고 있을 즈음에야 우리나라도 인공위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몇 년 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인공위성분야의 인재를 처음 뽑을 때 그는 우주개발에 대한 꿈을 안고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 25년간 이 분야에만 매진해왔으니 우리나라 인공위성 분야의 1세대 주자인 셈이다.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많지만 자기 기술력으로 제작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유럽의 여러 나라 등 15개국 내외.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제작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기회가 좋아서 빠른 시간 내에 기술을 획득하고 축적할 수 있었죠.”

90년대 초반, 인공위성의 첨단기술국이었던 미국, 러시아의 우주개발이 침체기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즈음 우리나라가 위성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미국에 인공위성 공동개발을 제안했는데, 미국이 흔쾌히 수락했다. 약 50여명의 국내 연구진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인공위성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을 이전받았다. 언뜻 생각할 때 항공기와 인공위성의 설계는 분야가 서로 다를 것 같아 기술을 배우기에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저는 구조역학을 전공했는데 기본원리는 항공기나 인공위성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설계 해석의 요구조건이 다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공기역학에 의한 하중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면 인공위성은 발사체의 소음과 가속도를 고려하는 식이죠.”

황박사는 당시 미국에서 2년간 해외 인력들과 한 공간에서 일을 배우면서 인공위성 아리랑 1호를 국제공동으로 개발하는데 참여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첫 인공위성인 아리랑 1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을 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발사 성공 뒤 연구원들끼리 서로 부둥켜안고 건물이 떠나가도록 뜨거운 함성을 질렀죠. 그때는 인공위성 발사 실패율이 높을 때였어요. 제대로 띄워 올린 것만도 굉장히 기뻤습니다.”




그때 이전받은 기술력으로, 우리가 보유하지 못한 기술만 해외에서 자문을 받아 아리랑 2호를 국내주도로 개발할 수 있었다. 황박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춥고 열악한 동토 땅 플레세츠크에서 100여명의 연구진들이 엄청난 노력과 공을 들여 만든 위성을 발사하였습니다.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결국 성공했고, 우리가 띄운 인공위성으로 우리가 필요한 시점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역의 영상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얻게 되었죠.”

아리랑 3호부터, 3A호와 5호는 자문 없이 순수 국내기술로 만들어냈다. 부품도 개발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들만 수입하고 대부분은 국내에서 만들어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공위성을 땀 흘려 만들어 놓았는데 제 때에 발사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아리랑 위성급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체와 발사시설이 없어 다른 나라의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비용 혹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마땅한 것이 없거나 발사시기가 연기될 때 곤혹스러웠습니다.” 인공위성의 개발과정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생하고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을 때도 어렵지만 가장 가슴을 졸일 때는 발사 후 정상적으로 교신이 될 때까지이다. 또한 진공과 혹독한 온도에서 수명동안 고장이 발생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하므로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 이상 항상 마음을 쓰게 된다.

그렇다면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현재까지 지구 궤도에 띄워 올린 인공위성이 6천개가 넘는다. 위성뿐 아니라 발사체 등의 잔해, 인공위성의 요격실험으로 인한 파편 등이 굉장히 많아서 지구 궤도에 떠도는 쓰레기들이 10만여 개에 이른다. 실제로 운영 중인 인공위성들이 부딪히기도 하고 우주정거장에서는 충돌 위험 때문에 우주인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인공위성은 한 번 만들어지면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돌기에 부딪힐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태양풍 등 외란의 영향으로 서로 부딪히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처리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그대로 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을 지구 대기권으로 끌어내려 소각하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선진국들의 우주개발은 지구 주위의 인공위성으로부터 달, 화성 등 태양계 밖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주정거장에 인간이 머물면서 세포를 배양하고, 신물질을 합성하거나 신약을 실험하는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좋으면 지상으로 가져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띄운 인공위성은 무인이지만 황박사는 앞으로 무인 달 탐사와 아울러 유인 달 탐사를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구에서 사라져가는 희귀금속을 달에서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항공우주공학자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항공우주 관련 제품을 낮은 비용으로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 항공기는 보다 더 안전하고 적은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인공위성은 가벼우면서도 오랜 수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발사체는 더 많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도록 연구한다. 황박사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로 성실성을 꼽았다. 올바른 사고와 판단능력 그리고 여러 연구진들과 협업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항공우주 관련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분야가 필요하며 여러 사람들이 함께 개발을 진행해야 합니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실패하게 되죠. 본인이 맡고 있는 부분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와 관련되는 부분들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황도순 박사는 젊은이들이 엔지니어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기피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엔지니어는 말이나 글 대신 손으로 뭔가 해야 해서 더 어려워 보이지만 재미있는 분야이기도 해요. 연구한 걸 직접 만들어서 결과를 볼 수 있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만들어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거기서 보람도 얻을 수 있으니 그런 분야에서 재미를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이제 시대의 요구는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부지런히 찾아보세요. 학기 중에도 하고 싶은 분야의 정보를 습득하고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항공우주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모형항공기, 캔위성, 물로켓과 같은 것들을 만들어 보세요. 이 과정에서 원리를 이해하고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어 봄으로써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던 일에 대한 해결방법과 절차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